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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세계사 - 베이컨에서 푸코까지, 지식권력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해왔는가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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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세계사 - 베이컨에서 푸코까지, 지식권력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해왔는가

휴머니스트

육영수 지음

2019-10-06

대출가능 (보유:1, 대출:0)

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진보와 번영을 약속한 서구 사상의 역사,
그 이면에 감춰진 권력의지를 통찰하다!

30여 년간 지식권력의 세계사를 탐구하며
사상과 역사를 한 번에 꿰어낸 역작


《지식의 세계사: 베이컨에서 푸코까지, 지식권력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해왔는가》는 서구의 사상적 근대성을 ‘지식권력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풀어쓴 책이다. 프랜시스 베이컨, 볼테르, 제러미 벤담, 프리드리히 니체, 지크문트 프로이트, 미셸 푸코 등 근현대 유럽 최고의 지성들이 길어 올린 사유를 시대적 맥락과 함께 살피고 있어 사상과 역사를 단 한 권으로 읽을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오늘날의 세계를 만든 서구 사상이 어떤 권력의지에 따라 만들어졌는지를, 그리고 비판적인 사상가들마저 보편성의 환상에 얼마나 깊이 얽혀 있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30여 년간 계몽주의와 지식권력의 역사를 탐구한 육영수 교수가 오랜 연구 끝에 유럽 근현대 지성사를 우리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각별하다. 《지식의 세계사》는 근대 지식에 깔린 유럽중심주의를 성찰하고 근대성의 유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어, 지금의 세계를 역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1. ‘지식권력의 역사’라는 키워드로 읽는 유럽 근현대 지성사

1) ‘아는 것이 힘’이라는 권력의지, 사상적 근대성을 열다

근대 이후 서구의 역사는 ‘진보’와 ‘혁신’의 역사였다. 대항해시대가 열리고 과학혁명이 일어난 시기의 지식인 베이컨은 ‘생각의 신대륙’에 이르기 위해 낡은 사유체제와 단호하게 결별하고 혁신적인 세계관을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는 것이 힘’이라고 주장하면서, 일체의 우상을 파괴하고 신학의 시녀였던 철학을 독립시키며 과학과 기술을 연구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베이컨의 후예인 계몽주의자들은 그의 의지를 이어받아 계몽의 빛으로 무지의 어둠을 몰아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백과전서파는 당대의 과학기술 지식을 한데 모은 《백과전서》를 내며 베이컨이 그린 지식의 나무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그 누구보다 ‘관용’을 강조한 볼테르는 종교의 자유 없이 계몽은 불가능하다고 외쳤고,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를 쓴 혁명가 콩도르세는 여성해방을 비롯한 서구 진보사상을 본격적으로 펼쳐 보였다.
프랑스혁명이 추동한 진보사상은 생시몽의 산업주의와 콩트의 실증주의를 낳으면서 특권계층이 아니라 인민을 위한 지식의 생산을 촉구했다. 그와 더불어 영국에서 촉발한 산업혁명은 인간의 합리적인 쾌락을 옹호한 벤담과 밀의 공리주의를 싹틔웠다. 베이컨, 볼테르와 콩도르세, 생시몽과 콩트, 벤담과 밀 모두 이성과 합리성의 힘을 강조하면서 서구 사상이 모든 사람에게 자유와 평등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베이컨이 유럽 근현대 사상사의 맨 앞자리에 서야 한다면, 그가 동시대인들 가운데 누구보다도 더 예민하고 과감하게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세계관이 필요하다고 선창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나침판과 망원경이 상징하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아메리카로 상징되는 낯선 공간의 출현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절실하게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 제1장. 베이컨_근대 유럽의 사상적 설계자, 31쪽.

2) 이성과 합리성에 반기를 든 사상가들이 출현하다
하지만 지식의 빛이 강할수록 이면의 어둠은 더욱 짙었다. 유럽이 산업화되면서 계급투쟁과 민족갈등이 심해지고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보수주의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그와 함께 합리주의에 대한 반발도 강해졌다. 광기의 철학자 니체는 이런 역사적 분위기 속에서 출현했다. ‘아폴론적’인 이성에 맞서 ‘디오니소스적’인 광기를 옹호하고 기독교의 노예도덕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로마의 주인의식을 앞세운 니체는 ‘위버멘슈(초인)’의 사도였다. 누구보다 육체의 힘을 강조했기 때문에 니체의 사상은 이후의 사상가들에 큰 영향을 주었고 지금도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으로 잘 알려진 베버는 니체의 영향을 크게 받은 사상가로서 근대인이 관료제라는 ‘쇠우리’에 갇혀 있음을 통찰했다. 그리고 프로이트는 이성과 합리성에 가려진 무의식을 살펴봄으로써 근대인의 비합리성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는 근대인이 에로스(삶의 본능)와 타나토스(파괴 본능) 사이에서 간신히 균형을 잡고 있으며, 문명이 발달할수록 억압도 강해져 인간과 세계를 위험에 몰아넣는다고 주장했다. 니체와 베버, 프로이트는 사상적 근대성의 위기를 반영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유를 시작할 수 있는 창조적 파괴를 수행한 사상가들이었다.

프로이트의 문명이론에 따르면, 문명은 인간이 자신의 본능을 단념함으로써 성립되는 타협의 산물이고 ‘영원히 화해할 수 없는 모순’ 자체이다. 더욱 비극적인 측면은 문명이 발달할수록 그 품 안에 깃들어 사는 인간은 자유롭고 행복하기는커녕 점점 더 욕구불만의 신경증 환자로 전락한다는 사실이다. “문명이 더욱 발달하면, 죄책감은 개인이 참을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하게 될 것이다.”
- 제7장. 프로이트_무의식 세계의 탐험가, 209~210쪽.

3) 근대성의 해체 속에서 더욱 선명해진 서구의 지식권력을 생각한다
20세기 유럽의 지식인들은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기존의 사유가 붕괴되는 경험을 했다. 제1·2차 세계대전이라는 초유의 전쟁, 최악의 인종학살인 홀로코스트, 2차대전에 이은 ‘냉전’은 이성과 합리성을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낳았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 속에서 루카치와 그람시 같은 서구마르크스주의자는 자본주의의 지배질서를 ‘사물화’와 ‘헤게모니’로 분석하면서 다른 세계를 향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로 대표되는 프랑크푸르트학파는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소비사회와 문화산업이 인간의 욕망을 획일화함으로써 체제에 순응적이고 밋밋한 인간만을 낳는다고 분석했다.
한편 인간 본연의 욕망과 에로스를 긍정한 마르쿠제는 1968년 5월 세계 곳곳에서 분출한 68혁명의 목소리가 되었다. 특히 미셸 푸코는 68혁명의 한가운데서 ‘인간의 죽음’을 성찰하며 지식이 바로 권력임을 날카롭게 파헤쳤다. 푸코는 베이컨의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의 허구성을 폭로하며 서구 지식이 낳은 근대성의 문제들을 하나하나 고발했던 것이다. 사상적 근대성은 계몽의 협박에서 벗어나 지식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것을 요청하는 푸코에 이르러서야 해체되었다. 이제 유럽 근현대 지성사는 지식권력의 역사로 새롭게 쓰이기를 요구받고 있다.

푸코는 지식-권력의 역학관계에 대해 베이컨과는 정반대로 생각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베이컨의 명제에서는 과학적인 지식이 무지한 인간들을 신의 협박에서 해방시켜주고 자연의 궁핍에서 윤택을 약속해주는 긍정적이며 고마운 선물이었다. 그러나 푸코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성서》 구절에서 권위를 빌린 ‘지식을 향한 의지’는 인간에게 자유와 행복이 아니라 오히려 그(녀)를 감시하고 처벌할 수 있는 부정적이지만 달콤한 설탕 같은 권력 자체라고 파악한다.
- 제10장. 푸코_현대 지식권력의 계보학적 역사가, 267쪽.

2. 근대의 빛에 가려진 식민주의와 서구중심주의를 성찰하다

1) 서구 계몽주의에 깊이 뿌리박힌 식민지 계몽주의를 들여다보다

이렇게 근대성을 이끌어온 서구 사상가들은 역사와 더불어 사유를 펼치고 활발히 논쟁했다. 그만큼 그들의 사유는 시대의 한계에 단단히 붙들려 있었다. 관용을 소리 높여 외치던 볼테르는 18세기 프랑스에서 가장 심한 반유대주의자였다. 인간 정신의 진보를 강조한 콩도르세는 노예해방과 여성참정권을 지지하는 동시에, 식민지배란 모든 인간의 계몽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짐이라고 주장했다. 온정적인 공리주의자로 알려진 밀도 악명 높은 식민기구인 동인도회사가 아직 계몽되지 못한 식민지에 자유를 불어넣어줄 도구라고 옹호했다. 이처럼 ‘식민지 계몽주의’는 서구 계몽주의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었다. 이는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은 식민지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식민지민은 식민지 계몽주의에 붙들려 온전한 해방을 이뤄낼 수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명’이라는 단어에 스며 있는 운동의 성격은 ‘문명화 사명’이라는 개념과 짝을 이루면서 서유럽 국가들이 신대륙에서 식민지를 개척하려는 동기와 동력을 제공해주었다. 이로써 “(서구에서 발생한) 근대성은 (비서구 지역에 편재한) 전통을 대체하는 것이고, 식민주의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수단”이라는 세계관이 만들어졌다. 마침내 ‘유럽의 계몽주의=비유럽인에 대한 문명화 사명’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면서 19세기 후반에 본색을 드러내는 제국주의적 팽창을 예비하는 인식론적인 무기가 벼려졌다.
- 톺아 읽기 1. 식민지 계몽주의: 제국주의 문명화 사명의 도구, 74쪽.

2)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들은 니체와 서구 사상을 어떻게 흡수했나
그러나 이런 역사가 식민지민이 서구적인 근대화를 일방적으로 따르거나 무조건 거부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근대화는 식민과 피식민 사이의 불화 속에서 복합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조선 지식인들이 니체를 수용하는 과정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일제 식민통치라는 어둠 속에서도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들은 니체를 통해 조선의 사상혁명을 꿈꿨다. 조선 지식인들은 니체를 천도교 사상의 선지자로 읽거나 위기를 극복할 생철학의 사상가로 받아들였다. 일제시대 조선 지식인들의 니체 수용은 일본제국을 통해 서구 사상을 수입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니체를 사회변혁의 자원으로 읽어내려는 노력이 함께했다.

김형준의 해석에 따르면, 니체가 설파했던 이상적 인간형인 초인은 “역사적 동물로서 역사를 초월하야 새로운 역사를 지으려는 인간”이었다. 초인은 관습이나 종교 같은 ‘역사적 조형력’의 무게와 압박을 극복하고, 역사의식의 과잉이라는 늪을 망각이라는 이름의 날개로 탈주하려는 새로운 인간이었다. 일부 사회주의 계열의 조선 지식인이 니체를 ‘귀족적 군국(영웅)주의자’라고 비난했던 것과 달리, 김형준이 그를 ‘진보적 사상가’로 평가한 것은 니체의 역사철학을 낙후되고 반동적인 조선의 현실 인식을 개조할 좌표로 삼을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 톺아 읽기 2. 일제 식민시대 조선 지식인들의 니체 사용법, 170쪽.

3) 포스트모던 사상가 푸코, 식민지를 다시 사유하다
서구 사상에 대한 색다른 사유를 펼친 푸코에게서도 서구중심주의를 벗어난 근대화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 탈식민주의 이론가들은 푸코마저 유럽중심주의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푸코는 튀니지에서 68혁명을 경험한 뒤 공간이라는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였고, 식민지와 같은 ‘다른 공간’을 깊이 사유했다. 푸코는 유럽인이 유럽 바깥의 공간인 식민지에 서구 질서를 심어놓았다고 생각했겠지만, 식민지 역시 유럽의 지배 논리를 만들어내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통찰하지 못했다고 일갈했다. 역사적 지식은 서구의 논리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피식민자의 저항을 통해서도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항상 변방에서 사유할 것을 요구하는 푸코는 탈식민시대의 새로운 세계사를 써내려갈 힘을 우리에게 불어넣어준다.

푸코는 유럽 본국에 제공하는 막대한 경제적 유용성에 못지않은 ‘상상적 가치들’이 ‘다른 공간’인 식민지의 진정한 기능이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예수회 수도사들이 남아메리카 파라과이에 만든 공동체는 “가장 완벽한 공산주의 체제”가 실험된 “경이로운 식민지”라는 점에서
도덕적인 가치를 뽐냈다. 모든 토지와 가축이 공동소유물이며, 마을 전체가 기능에 따라 공간이 나뉘고, 인디언 거주민들의 일상생활(노동, 종교, 성생활 등)이 세심한 시간표로 통제되는 이쪽의 ‘다른 공간’은 ‘저쪽 공간(제국)’이 실패한 신세계를 현실세계에서 구현했다는 “고유한 위광”을 뿜어낸다.
- 톺아 읽기 3. 푸코와 (탈)식민주의: 지식의 지정학을 찾아서, 287~288쪽.

3. 30여 년간 서구 지성사를 집중 탐구하며 사상과 역사를 단번에 꿰어낸 역작
: 탈식민적이고 젠더적인 관점으로 지성의 역사를 다시 읽다

《지식의 세계사》의 저자 육영수 교수는 계몽주의와 프랑스혁명을 비롯해 유럽 근현대 지성의 역사를 오랫동안 탐구해왔다. 저자는 중심이 아니라 변방에 선 이의 시선으로 역사와 철학, 역사와 사상을 한데 엮으며 장대한 유럽 근현대 지성사를 단번에 풀어낸다. 특히 서구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탈식민적이고 젠더적인 관점을 고수하며 역사를 풍성하게 읽어내고 있다.
각 장은 주요 사상가의 사상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명쾌하게 요약·정리하고 있다. 사상가의 깊은 사유를 시대와 함께 읽기 때문에 사상이 발생한 배경과 사상의 내용을 고루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사상가들의 사유를 서로 긴밀하게 연결하고 있어 유럽 지성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선명하게 살펴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유럽 지성사 입문으로 손색이 없다.
그리고 세 편의 글 〈식민지 계몽주의: 제국주의 문명화 사명의 도구〉와 〈일제 식민시대 조선 지식인들의 니체 사용법〉, 〈푸코와 (탈)식민주의: 지식의 지정학을 찾아서〉를 ‘톺아 읽기’로 실어 유럽 지성사를 변경의 관점에서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다. 서구 사상에 담긴 식민주의를 예리하게 분석해 사상적 근대성에 담긴 권력의지를 정확하게 통찰하고 대안적인 근대성을 지향하고 있다. 부록으로 실린 〈전통 사상사를 넘어 트랜스내셔널 지성사를 찾아서〉는 30여 년간 서구 지성사를 집중적으로 탐구한 저자의 문제의식이 한데 모인 글로, 사상사와 지성사의 학문적 흐름을 정리하고 트랜스내셔널 지성사를 향해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지식의 세계사》는 근대화에 대한 획일적이고 서구중심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우리의 시선으로 유럽 근현대 지성사를 살핀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다. 우리가 막연히 떠받드는 ‘위대한 사상가’들의 사유가 어떤 역사적 맥락과 한계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통찰할 때, 우리는 서구 사상의 일방적인 수혜자가 아니라 세계사의 진정한 주연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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